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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활에 대한 단상

category 물생활 2008. 11. 28. 08:56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어항이 2개입니다. 마지막으로 분양한 지지난주의 어항을 끝으로 어항 정리를 마쳤습니다. 

주위에 계신 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단 시일에 많이 늘었습니다. 물생활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어항이 30개가 넘어버렸습니다. 거실 바닥의 반 이상이 어항으로 가득차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받침대가 없어서 거실 바닥에 주욱 펼쳐놓았었습니다. 


집사람은 "바깥분이 수족관 하시나 봐요?" 라는 질문에 간단히 "예!~" 라고 대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취미로 하는 건데요."라고 이야기하는 하게 되면 길게 주주절절 이야기를 해야 하거나 짧게 대화를 하면 평범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어항을 2개(저는 적당하도고 봅니다만)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2년입니다. 

어항은 들이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습니다. 어항을 통째로 버리거나 누군가가 가져가지 않는다면 쉽게 처리할 수 없습니다. 

살고 있는 생물에 대한 뒷처리도 어렵고(어종마다 죽을때까지 싸우거나 잡아먹는 관계이거나 수질이 틀려서 같은 어항에 넣지 못하는 경우) 물품에 대한 뒷처리도 어렵습니다(어항과 어항에 담겨진 물품들은 무게나 부피가 커서 보관하기 어렵습니다)

2자 어항의 경우 어항, 바닥재와 히터, 유목, 돌, 여과기 등을 포함되게 되는데 어항 600-450-450mm, 8t 라면 무게만 20kg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바닥재가 흔히 많이 쓰는 흑사라면 20kg가 넘습니다.

부피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닥재는 포대자루에 담아둘수 있어도 유리로 된 어항은 부피가 만만치가 않으며 보관하기가 참으로 난감합니다. 


물생활의 처음은 양으로 늘어납니다. 어항의 갯수가 늘어나거나 어항의 크기가 바뀌거나 하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물론 단시일에 급격히 늘어난 경우는 드믑니다) 

집안 상황에 따라 이러한 양적인 팽창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물생활의 적은 와이프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무작정 늘였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가 정리를 하고 있더군요. 사는 공간보다 어항 늘인 공간이 더 많아지니 취미가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어 가는 걸 스스로가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양보다는 (품)질로 어항이 바뀌게 됩니다. 처음에는 소위 명품이라 불리우는 장비가 취미생활에 과한 지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의 가파른 상승세를 경험하게 되면 물품구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됩니다. 

지금은 '당연히 이정도는 질러야지.'라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건 직접 경험해야 느끼는 부분입니다. 
물생활은 이상하게도 이론적인 부분을 모두 숙지를 하고 있어도 실제로 자신이 경험해 봐야 느낄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수많은 선배 고수들이 거쳐간 과정입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물생활을 하게 됩니다.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 지출을 줄일수 있게 되고 어항의 크기, 바닥재의 종류와 양, 어종 선택, 장비의 선택이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기준이 정해지게 됩니다. 

어항 크기만 해도 사람마다 자신만의 기호가 다 다릅니다. 저는 이사를 하면서 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2자에서 3자이하의 어항을 선호합니다. 어항이 커야 쉽게 바꿀수 없어 좋다는 분도 계십니다만 와이프가 어항 작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관계로(작업하다 사고나 말썽이 생기고 나서는 같이 작업 안합니다) 인해서 제가 선호하는 어항 크기가 그렇게 정해져 버렸습니다. 

제가 들수 있는 어항까지만으로 말입니다. 같이 작업하게 되면 운전연습으로 인해 스트레스 생기는 남편의 역활을 맡게 되기때문에 왠만해서는 도와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와이프와 어항 간의 역학관계에 의해 어항의 크기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제 경우는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이론적인 지식과 실제 경험한 지식과는 하늘에서 땅만큼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머리는 이해가 되어도 실제로 왜 그런지를 이해못하기도 합니다. 

전 다른 사람에 비해 단시간에 빨랐음에도 불구하고(근 1년반 동안은 올인했습니다) 고수분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어렴픗 알게 되었습니다. 

물생활은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아서 동일 환경에서 동일인이 어항 셋팅을 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생활에 대해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생겨나니 고수분들은 다들 초보라고 이야기 하나 봅니다. 



이제 물생활 2년을 넘어섰습니다. 아직도 배워야할 것들이 많고 부족함을 느낍니다만 좀더 멋진 어항에 대한 희망으로 물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생활은 평생을 두고 즐길만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활환경과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물생활'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다른 취미도 그러하겠지만 생물을 키우는 취미는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더구나 물생활은 심시티 같은, 일종의 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유도가 굉장히 높고, <-- 메트로폴리스를 만들든 아기자기한 시골도시를 만들든.
난이도도 얼마든지 설정이 가능하고, <-- 어려운 만큼 성취도도 커지지요.
간혹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재해 상황도 그러합니다. <-- 왜 생겨나는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다만 게임에서는 재미가 없어지면 전원을 끄면 끝이지만 물생활은 생물을 다루다 보니 좀더 번거로움 정도는 감수해야하는 책임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게임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만,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점에서는 게임과는 또다른 만족을 느낄수 있는 대상(?)입니다.

제게 물생활은 잔잔한 재미와 풍요로운 만족을 주고, 가족 모두와 즐길수 있으며, 매번 다른 느낌의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의 물생활은 어떠십니까?"











2007년 1월에 회사 사무실로 옮겨간 45큐브 어항입니다. 혼함된 바닥재와 덤성덤성 수초를 꽂아두고 열흘 정도 지나서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