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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묘 냥이 두부가 왔습니다.

category 고냥이 이야기 2013. 8. 26. 09:30

저희 집에 임시보호로 탁묘가 왔습니다. 

작년 마지막 탁묘 후에 엄청 고생을 해서 더이상 안 받을려 했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일주일동안 잠을 제대로 못자고 쌈박질, 질병, 사고수습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해서 다시는 탁묘를 안하려 결심했었드랬습니다. 젖먹이 애 하나 더 키우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어떻게 냥이네 탁묘글을 우연히 보게 되어 데려오게 되었습니다(냥이네 안온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네이버 메일에서 평소에는 안보는 me홈 클릭했다가 탁묘글을 보고 어쩌다보니 그날 바로 오게되었습니다). 


탁묘 냥이는 길냥이로 구조되어 전주인을 찾지 못하고 임시로 '샤샤'라고 불렀으며,
이름을 새로 지어줘도 된다해서 '두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저희 집에서는 먹는 걸로 냥이 이름을 짓습니다). 

페르시안 친친라 종으로 연한 회색 빛깔 털을 가진 냥이로 좀 많이 마른 체형입니다.


제가 겪은 경험으로는 탁묘가 오면  처음 하루나 이틀정도는 온 집안을 쏘다닙니다. 
장롱 위, 책장 위, 에어콘 뒷편, 세탁기 안, 싱크대 안, 책상 아래, 책상 서랍 안 등의 온갖 먼지 있는 곳을 헤집고 다니거나
밤에 잠도 안자고 이리저리 호작질(?)을 하며 쏘다니는데 '두부'는 그런게 일체 없습니다. 

두부는 이러한 탐사활동이  없이 처음부터 그냥 거실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거실 한가운데에서 배깔고 옆으로 누워 털을 고르거나 하품 씩씩하고 잠만 잘 잡니다. 
거실에는 캣타워 2동, 고양이 장난감도 한두개 나돌아 다니는데 일체 거들떠 보지 않네요. 

첨엔 피곤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며칠간 지켜봐도 그냥 자기집처럼 지낼뿐이었습니다.
혹시 전주인과 살던 아파트가 우리집 아파트와 비슷한가란 생각까지 했습니다. 



첫날 하고 둘째날 간간히 음식을 토해서 걱정이 되어 사흘째,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임보 오기 전에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했고 별다른 이상증세가 없다고 하는데 
괜히 울집에서 고생하는가 싶어서 걱정을 많이 되었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시네요.

3-4살 정도로 추측된다(전 병원진료에서 2세 미만이라던데). 
움직임도 활발하고, 엉덩이나 얼굴로 봐서는 이상증세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 탁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토했을 수 있으니, 계속 토하면 담주에 다시 와라고 하시네요.

일단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했습니다. 
토요일, 지켜 봤습니다만 건사료 폭풍 흡입, 참치캔도 열심히 잘 먹습니다. 
일요일, 참치캔 어제와 같이 1/4조각 먹고 5분도 안되어서 바로 토했고 오후엔 괜찮게 잘 지냈습니다.


울집 냥이 밀크는 덩치만 큰 겁쟁이여서, 보통은 두부가 있으면 근처로 오지 않는데 화장실이나 밥 먹을때 
마주 해야할 상황이 오면 배깔고 살금살금 근처에 와서는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뛰어서 지나갑니다. 
도망친 후 불이 꺼진 캄캄한 방안에 혼자 쭈그리고 숨어 있습니다. 
남은 한마리 쿠키는 그르릉 거리다가 자기 고함에 놀라 도망가는 냥이입니다. 

막상 두부는 그냥 가만 있을 뿐인데 말입니다. ㅜ.ㅡ

밀크는 아예 싸움자체가 안되고, 쿠키는 두어 번 싸우고 나서는 개보듯 소보듯 하는데  
항상 먼저 자리를 벗어나는 건 울집 냥이입니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전부 허당 냥이라는...
한 사나흘 정도 지나면 냥이끼리 편먹고 우다다를 하지 싶습니다. 


앞으로 임보로 얼마나 지낼지는 모르지만 건강하게 지내길 기대해봅니다.  


덧) 참.. 두부는 자면서 어쩌다 '이'를 가는 냥이입니다. 이 가는 냥이는 첨 봤습니다. ^^;